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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n the sky

지구로부터 우주에게. 타임캡슐

by 망구2 2024. 9. 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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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주로 보내진 타임캡슐에 대해 이야기해볼게요. 이 이야기를 떠올리면 마치 어린 시절 뒷마당에 소중한 물건들을 넣어 묻어 두었던 작은 타임캡슐이 떠오르네요. 그때는 미래의 나에게 보내는 편지처럼 나중에 꺼내보기를 기대하며 땅 속 깊이 묻어두곤 했었죠. 그런데 우리가 상상했던 그 타임캡슐이 훨씬 더 거대한 규모로, 그리고 훨씬 더 먼 곳으로 보내졌다고 생각해보세요. 바로 우주로 말이죠.

이 타임캡슐 프로젝트는 1977년 나사(NASA)가 보이저 1호와 보이저 2호를 통해 우주로 보낸 '보이저 황금 레코드(Voyager Golden Record)'로 시작됐어요. 인류의 메시지를 먼 우주로 보내는 이 프로젝트는 당시에도 엄청난 상징성을 지니고 있었어요. 우리가 알고 있는 타임캡슐이 수십 년 뒤에 열리는 반면, 이 우주 타임캡슐은 누군가가 언제, 어디서 발견할지 모른다는 점에서 훨씬 더 긴 시간 속에서 존재하게 될지도 몰라요.

황금 레코드는 그 이름에서 알 수 있듯이 금으로 만들어졌어요. 나사에서는 혹시라도 외계 지성체가 이 캡슐을 발견하게 된다면, 인류에 대한 정보를 전달할 수 있도록 다양한 데이터와 문화를 이 안에 담았어요. 그 내용을 들여다보면 흥미롭고 감동적인 요소들이 많아요. 인류가 지구에서 살아온 방식, 우리의 음악, 자연의 소리, 인사말 등이 담겨 있어요. 예를 들어 55개의 언어로 된 "안녕하세요"라는 인사말이 포함되어 있죠. 그 중에는 한국어로 된 인사도 있어요. ‘안녕하세요’라는 이 한 마디가 외계 생명체에게 지구를 처음 소개하는 역할을 할 수도 있다는 상상을 하면, 어릴 적 친구에게 건네던 인사말이 한층 더 깊은 의미로 다가와요.

저는 특히 이 타임캡슐에 담긴 자연의 소리들이 흥미롭게 느껴졌어요. 우리가 평소에 아무렇지 않게 듣던 바람 소리, 물 흐르는 소리, 새들의 노래가 타임캡슐에 담겨 있다는 게 신기해요. 마치 지구의 숨결을 우주로 불어넣은 것처럼 느껴지죠. 이 레코드를 재생할 수 있는 방법도 함께 동봉되어 있어서, 외계 생명체가 만약 이 타임캡슐을 발견하고 문명을 가지고 있다면, 지구의 소리와 음악을 들을 수 있게끔 설계되었어요.

한편으로는 이 프로젝트가 우리 인간에게도 큰 메시지를 주는 것 같아요. 우리가 일상에서 얼마나 많은 아름다움을 경험하고 있는지, 그리고 그 아름다움을 기록하고, 보존하려는 노력이 얼마나 중요한지 말이에요. 보이저 레코드에 담긴 비틀즈의 음악이나, 바흐의 클래식 곡을 들으며 지구를 떠난 그 타임캡슐이 지금도 우주 어딘가를 떠돌고 있다고 상상하면, 인간의 예술과 창작물이 얼마나 멀리 퍼질 수 있는지 깨닫게 돼요.

이 타임캡슐은 우리가 그때 그 순간에 살았던 흔적을 남기고, 그것을 아주 먼 미래로 보내는 시도라고 할 수 있어요. 마치 우리가 뒷마당에 묻어두었던 작은 상자 속에 미래를 꿈꾸며 담았던 소중한 기억들처럼, 인류는 우주에 우리가 살았다는 흔적을 남기고, 언젠가 누군가가 그것을 발견하기를 기다리고 있는 거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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